사이트맵 닫기

멈춰 선 기억

문학과여행 로고 아이콘

박경희

책 아이콘문학 이야기 창간호 2025년 4월 1호

뒷방에 넣어둔 오래된 사진기

미처 내뱉지 못한 풍경들이

어디쯤에서 머물러 있겠다.

 

한곳에서만 오래 머물렀으니

가고 싶은 곳이 쌓였을 텐데

미처 속을 내놓지 못하고 낡아버린 모습이

백 세를 사는 내 어머니 같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기계를

마구 쓰다 고장 난 어머니

자식을 볼 때마다 얼굴 주름 한번 펴주고는

고개를 돌려버리는

 

마치 오래 사는 게 죄인 양

‘올해는 가야지, 올해는 갈 거야’

등 돌리며 혼잣말을 내뱉을 때마다

마른기침을 삼키시는 어머니

작동 버튼 고장 탓인지

같은 사진만 계속 내보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