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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계절의 신작

2025.4 봄 1호 팔공산 부처바위

모든 것은 마음이지 선도 악도 내 안의 것촛불을 다 태워도 기도문이 안 열린다무수한 의심의 꼬리 생각 끝에 달려 있다 무엇이 신력이고 무엇이 인력인가소원도 한낱 허공 뜬구름 붙잡는 것서둘러 나를 살펴서 발치 아래 내려놓네김민정<약력>(사)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겸 상임이사), 문학박사(성균관대)『펄펄펄, 꽃잎』『꽃, 그 순간』『함께 가는 길』『창과

  • 김민정시조시인·한국문인협회 부이사장
2025.4 봄 1호 멈춰 선 기억

뒷방에 넣어둔 오래된 사진기미처 내뱉지 못한 풍경들이어디쯤에서 머물러 있겠다.  한곳에서만 오래 머물렀으니가고 싶은 곳이 쌓였을 텐데미처 속을 내놓지 못하고 낡아버린 모습이백 세를 사는 내 어머니 같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는 기계를 마구 쓰다 고장 난 어머니 자식을 볼 때마다 얼굴 주름 한번 펴주고는고개를 돌려버리는  마치 오래 사는 게 죄인 양‘올해는 가

  • 박경희
2025.4 봄 1호 어머니의 뒤란

나 집으로 가야하겠네 앙코르와트 통곡의 벽처럼눈물 쏟기 좋은 곳으로 가야하겠네 막내 딸 먼저 보낸 가여운 어머니막달라 마리아처럼 흐느끼던 그곳고해성사 하듯 일러바치며 펑펑 허리 꺾인 억새마냥 울어도 좋을어머니의 뒤란으로 가야하겠네강외숙<약력>2009 상주신문신춘문예등단중앙대대학원(교육학석사)졸업KBS드라마작가, 한국방송개발원연구원,한국문협이사,국

  • 강외숙
2025.4 봄 1호 어쩌다 시인아

하많은 꿈으로 반짝이는 세상어쩌다 가난한 시를 사랑하여고독한 시의 감옥에 거주하나 고립이라는 비현실적 주소지도에는 없는 오지 마을혼자만의 언어를 썼다 지우며더러는 절망에 매몰되는 계절문장의 외딴집에는 이끼가 산다 고호처럼 빛나는 밤을 꿈꾸었으나언어의 맹그로브 숲은 멀어지고의식의 생태계는 침식되어 가는데어쩌다 여태 가내수공업이냐 시인아울음보다 깊은 한숨이 난

  • 강외숙
2025.4 봄 1호 『러브 스토리』의 추억

추억은 얼마나 아름다운 은총인가. 그의 존재는 불쑥 찾아오는 치통처럼 가끔은 불편한 자책감을 안겨주곤 한다. 그와 나의 만남은 한 시대 젊음의 환희와 고뇌를 수놓다가 미완성으로 끝나버린 인연이라고나 할까. 강물처럼 도저한 운명의 물살을 거스르지 않기 위해 누군가는 헤어져야 하고 누군가는 만나서 행복하게 살 수 있다는 그 사실마저도 잊어야 하는 건지도 모른다

  • 박원명화
2025.4 봄 1호 아내가 바뀌었다

요섭은 카드키 모양만 봐도 속이 매슥거렸다. 벌써 10년 전이다. 세월이 지났건만 지금도 뻥 뚫린 가슴에 얼음 알갱이가 박히듯 그의 가슴에 시린 바람이 불었다. 그날 요섭은 행복했다. 평생 함께할 사람과 맺는 사랑의 언약을 무엇과 비교할 수 있을까. 그토록 애타게 했던 여자, 처음에는 수정의 마음을 전혀 열지 못했으나 그녀의 마음을 얻기까지 요섭은 그야말로

  • 최외득
2025.4 봄 1호 덧니

심지가 부러진 인형처럼 앞으로 허리를 꺾은 노인이 걷고 있었다. 우산도 없이 온몸으로 비를 맞으며 앞으로 숙인 상체로 손에 든 컵을 보호하고 있었다. 사선으로 내리꽂히는 빗물은 노인이 든 컵 안으로 사정없이 들어갔다. 아파트 6층 계단형 복도 창문에서 지상을 내려다보던 홍 여사는 미간을 찌푸리다 못해 안절부절 연신 두 손바닥을 비벼댔다.‘우째, 저 일을…’

  • 이월성
2025.4 봄 1호 오후 다섯 시, 두 가지 착각 조차도

하필 바지락이 있다. 다행히 바지락이 있다고 해야 하나. 남편이 좋아하는 미역국은 소고기를 넣어 끓인 국이다. 눈을 씻고 찾아도 냉장고에 소고기 같은 건 없다(장을 보지 않았으니 없는 게 당연하다). 바지락마저 없다면 아무것도 들어가지 않은 미역국을 끓여야 했을까, 할 수 없이 남편의 생일 미역국을 건너뛰어도 좋았을까.오늘 새벽 예정보다 이틀이나 먼저 남편

  • 박은주
2025.4 봄 1호 목이 긴 여자

그녀는 그냥 예쁘기만 한 여자는 아니었다. 길가다 마주치면 저도 모르게 미소지으며 바라보게 되는 그런 여자였다. 갸름한 얼굴과 검은 머리, 갈색 눈동자가 담긴 가늘고 긴 눈매에 목이 좀 길었다. 혼자 있을 때나 누군가와 대화를 나눌 때에 그녀의 목이 왼쪽으로 살짝 기우러지곤 했는데, 그럴 때면 사람들은 저마다 그 모습에 딱 맞는 말을 찾으려는 듯 눈을 깜박

  • 남미영